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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반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2>는 전작의 흥행을 뛰어넘기 위한 강렬한 서사와 새로운 게임,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전 세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즌1이 인간의 본성과 생존 본능을 밀도 있게 다뤘다면, 시즌2는 시스템을 뒤흔들려는 자와 그것을 유지하려는 자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더욱 복합적이고 철학적인 구조를 갖췄다. 기훈(이정재)의 복귀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의 서사가 얽히면서, 시즌2는 단순한 생존 게임을 넘어 ‘시스템 비판’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오징어게임2> 전체 줄거리 요약
시즌2는 시즌1 결말 이후의 시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상금을 수령한 후 기훈은 미국으로 떠나려던 중, 우연히 ‘게임’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한국에 남기로 결심한다. 그는 머리를 붉게 염색하고, 의도적으로 조직과 접촉해 내부로 침투한다. 새로운 참가자들과 함께 게임에 다시 참여하게 되며, 이번에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닌 내부 파괴자로서의 이중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시즌의 게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국 전통 놀이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더욱 잔혹하고 심리적인 요소가 강조되었다. 첫 번째 게임은 ‘가위 바위 보’의 확장판으로, 지면 패널티가 누적되고 일정 횟수 이상 패배 시 탈락하는 규칙으로 구성되어 참가자들을 긴장케 한다. 두 번째 게임은 ‘사방치기’였으며, 이 과정에서 동료의 협동과 배신이 교차하며 큰 서사적 반전을 유발한다. 세 번째는 ‘굴렁쇠 게임’으로, 과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이용해 심리적으로 참가자들을 압박하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시즌2의 핵심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전직 형사 출신의 ‘이성우’, 젊은 여성 해커 ‘채은지’, 그리고 의문의 VIP 출신 내부자 ‘로버트 황’까지, 각각의 인물은 게임의 존재 이유에 질문을 던지며 기훈과 뜻을 함께하거나 배척하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의 규칙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기훈은 참가자들을 설득해 게임을 중단하려 시도한다. 결국 일부 참가자들이 기훈의 계획에 동참하면서 게임은 폭로되고, 시스템은 일시적으로 붕괴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또 다른 운영자가 등장하며, 이 싸움이 일회성이 아님을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시즌2는 시즌1보다 더 큰 세계관을 드러내며, '오징어게임'이 단지 하나의 지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구조임을 암시한다.
주요 캐릭터 및 캐릭터 감정선 분석
시즌2에서도 중심은 여전히 기훈이다. 시즌1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으려 했던 그는 이제 시스템을 뒤흔들려는 반체제 인물로 진화한다. 붉게 물들인 머리는 그가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자아로 전환되었음을 상징하며,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행동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그는 참가자들과의 인간적 관계보다는 목적 지향적 태도를 보이지만, 게임 중 만난 인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다시금 감정의 균열을 겪는다. 새로 등장한 이성우는 과거 경찰로서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게임에 자진 참여한다. 그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기훈과 때때로 충돌하지만 결국 공통된 목적을 향해 협력하게 된다. 그의 캐릭터는 시즌1에서 황준호의 서사를 잇는 확장선상에 있다. 특히 이성우는 게임 중 형사 본능을 살려 내부의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며, 게임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채은지는 디지털 세대의 대표 주자로, 게임 내 기술적인 함정을 빠르게 간파하고 기훈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감정 표현에 서툴지만, 생존에 대한 집착보다는 ‘진실의 폭로’를 택한다는 점에서 시즌2의 윤리적 중심축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VIP 출신 내부자인 로버트 황은 시즌 전체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로,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직접 시험하려는 기이한 성향을 드러낸다. 그는 게임을 '진화'의 도구로 인식하며, 참가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본다. 결국 기훈과의 마지막 대치에서 도덕과 쾌락, 진실과 왜곡의 철학적 충돌을 보여주는 인물로 묘사된다.
감상평과 드라마 속 상징 해석
<오징어게임 시즌2>는 단순히 전작의 성공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게임의 잔혹성과 서바이벌 요소는 유지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구조 비판’과 ‘시스템 해체’라는 철학적 주제를 강조한다. 게임 자체가 하나의 사회 시스템을 모형화한 구조임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참가자 개개인의 윤리적 선택을 통해 그 허구성을 폭로한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시즌2가 전작보다 훨씬 세련되었다. 세트 디자인은 각각의 게임 테마에 맞춰 독창적으로 구성되었고, 특히 마지막 회차의 ‘거울방’은 참가자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공간적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음악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특히 기존 OST를 새롭게 편곡한 테마곡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기훈이 마지막 게임을 거부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전면 폭로를 선택하는 장면이다. 이는 시즌1의 ‘무력한 생존자’에서 시즌2의 ‘행동하는 고발자’로 진화한 그의 캐릭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VIP 중 한 명이 직접 참가해 벌이는 반전 역시, 기존 시청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결국 <오징어게임 시즌2>는 보다 성숙한 메시지를 담고 돌아온, 완성도 높은 속편이라 평가할 수 있다. 시즌3를 암시하는 열린 결말까지, 세계관의 확장은 물론 인물 간 심리전의 치밀함까지 모두 갖춘 수작이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생존 게임의 스릴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성과 시스템, 도덕과 자본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기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관객이 단순한 공포와 긴장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이 시스템은 누가 만들고, 누가 유지하는가?”,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와 같은 물음은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시즌2는 화려한 게임이 아닌, 인간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였다.